우울증은 어느 정도로 유발되고 있나? 그리고 어떤 계층에 더 유발되고 있는가? 우울증의 유발과 발생빈도를 다루는 일은 우울증에 대하여 알아보는 일차적 단계다. 여기에 우울증의 역학이 중요해진다. 역학(epidemiology)은 특정한 장애의 발생빈도를 연구하는 분야다. 우울증의 역학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은 전체 인구 중 얼마나 되는가, 어떤 특성, 이를테면 성별, 나이, 사회계층 등을 지닌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많이 나타나는가 등의 질문들과 관련이 있다.
1. 뇌신경의 문제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은 뇌신경 발달과 관련된다. 이는 우울증을 약물로 치료하는 근거가 된다. 실제 우울증을 1차로 약물 치료하는 의료 조치는 뇌신경, 그리고 신경전달물질과의 관련성을 시사한다.
우울증이 뇌신경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뚜렷이 나타나는 수면 문제를 들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이 수면을 취하는데 문제를 보이는 현상은 수면을 장악하는 멜라토닌 생성과의 관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정서적으로 정상 및 비정상의 현상을 유발하므로 우울증을 정서장애로 부른다. 뇌신경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의 역동적인 관련성이 중요시된다. 이때 우울증 환자는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대뇌피질의 기능과 변화의 상관성을 상정하고 있다. 생체 뇌에 대한 생리학의 기능적 접근을 하는 뇌영상의 양전자사출단층촬영(PET)의 방법은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그 기능의 결손들을 상세하게 밝혀준다.
우울증 환자들은 대부분 전두엽 피질의 기능에서 이상적 소견이 발견된다. 이러한 이상적 소견에는 우울증상과 징후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감정적 둔마, 판단력 손상, 시작과 동기의 빈약, 문제 해결 및 추상적 논리의 손상, 기억의 결손, 사회적 철퇴, 망상과 환각들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은 모두 우울증 환자들의 인지 수행과 관련하여 전전두엽 피질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음을 가정하게 만든다. 특별히 이들의 전전두엽 활동의 저하는 배외측 전전두엽피질의 기능 이상에서 인지 수행과 관련되는 위스콘신 실험(Wisconsins Card Sorting Test:WCST) 등에서 도전 수행(challenge task)동안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전전두엽을 그다지 강하게 활성화하는 것 같지 않은 피질의 과정 관류(Ravens Progressive Matrics:RPM) 등 다른 인지 수행에선 그처럼 명백한 이상들이 환자들에게서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실험은 우울증에서 추정상의 약화된 신경체계를 자극함에 따른 병태생리학의 고양으로 인해 생리학적 이상 그 자체는 미묘한 이상임을 나타낸다. 이는 마치 전전두엽 피질과 변연계 구조들 사이의 중요한 신경의 연결이 정신분열병 증상들의 현상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것과도 일치한다.
그 외에도 우울증을 뇌의 기능이상으로 나타나는 피질망 구조는 더욱 연구되었는데, 니들(Liddle)과 바네스(Barnes)는 대뇌혈류(rCBF)와 증상 양상들 사이의 관련성에서, 연합피질(association cortex)과 관련된 피질하액(subcortial nuclei)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런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정신분열증 환자들과 유사한 현상을 보인다. 물론 이런 경우는 대개 우울증이 상당히 심각한 경우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 우울증 환자들은 정신분열증 환자와 마찬가지로 감소된 자발성 운동, 말의 빈곤 그리고 감정과 관련된 움직임을 의미하는 정동의 둔마 등 정신운동성 빈곤과 사고형태와 부적절한 정동의 이상들인 붕괴증후군이 관찰된다. 이런 증상은 아마도 전전두엽 다른 위치에서의 변형된 관류와 관련되고, 망상과 환각들인 현실감 왜곡증후군은 뇌측두엽에서의 변형된 관류와 관련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더욱 정확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는 우울증과 뇌신경과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2. 심리적 문제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심리적 문제처럼 이해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울증을 기분의 부적절 상태로 정서장애의 일종으로 알고 있다. 정서는 특성상 인간의 마음이 가장 쉽고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점에서 중요한 표출 방식이 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우울증은 여러 정신장애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장애이며, ‘심리적 감기’일 정도로 흔한 문제다. 이런 심리적 문제 중에서도 자기존중감 저하는 우울증의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자기존중감은 인간의 근본적 관심사로 자신을 지탱하는 중요한 주체라는 점에서다.
자기존중감은 스스로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자기애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함께 생이 시작되는 아동기부터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존중감을 보존하려고 하면서도, 인간은 고도로 취약하고 깨지기 쉬운 채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이런 자기 존중감 때문에 인간은 삶에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거나 성취하고 획득한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하며, 획득하고자 하는 것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 모든 것은 자기애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간주하여 방어하려는 태도가 일어난다.
이런 현상은 자기 존중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결과로 인지돼 스스로 자기 존중감을 의심하고 취약해지고 패배감과 굴욕감을 갖게 되는 요인으로 박용한다. 그러면 개인은 자기애 또는 자기 존중감의 감소로 인해 우월한 힘에 직면하여 무기력하게 느끼거나 심리적인 외로움, 고립감, 사랑과 애정의 결핍, 열등감이나 실패감 등을 느끼게 된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 마음의 고통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연구도 그렇게 정확하다고 하기 어렵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빈도는 역학연구마다 사용한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어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울증이 정신장애 증 가장 유병률이 높은 점이다. 경미한 우울증을 포함하여 우울증의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한 시점에서 5-10%의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일생 동안 30-40%의 사람들이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 더욱이 현대 사회에서 우울증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연구자료는 우울증 연구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우울증 증가 추세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며, 점점 더 경쟁적이 되는 현대 사회의 한 측면을 반영한다. 미국에서는 성인 18명 중 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려 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인 중 1천만명 정도가 우울증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치볼트 하트(Archbald D. Hart)는 미국인 우울증 유발원인을 빠른 삶의 속도에서 전통적인 가치관의 붕괴와 함께 그 값을 치르는 것으로 봤다. 삶은 너무나 불확실하고, 삶 가운데 겪는 많은 실망은 음산한 상실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추상적인 상실, 즉 안전과 개인적 가치와 절제의 상실인 점에 주목하였다.
우리나라 주요 우울장애의 경우, 지역사회 표본에서 평생 유병률이 여자 10-25%, 남자 5-12%로 보고됐다. 평생 유병률(lifetime prevalence)이란 평생 한 번 이상 장애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한편 주요 우울장애 시점 유병률은 여자 5-9%, 남자 2-3%로 나타난다. 시점 유병율(point prevalence)은 한 시점에서 장애를 나타내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기분부전 장애는 평생 유병률 약 6%, 시점 유병률 약 3%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수치는 우울증이 병리적인 점과 관련, 심리적인 문제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여성의 우울증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다. 우울증은 여성에게 더 많이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우울증이 자기존중감 상실과 밀접히 관련돼 여성이 남성보다 더 취약하다는 것인지 모른다. 이와 관련하여 모들린(Modlin)의 연구는 이에 대한 관련을 시사한다. 그것은 삶에 잘 적응하며 만족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여성이 특정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기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과 자기존중감 상실로 표현되는 우울증 단계가 촉발된 것이다. 이로써 여성은 부부관계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오고 성관계 횟수의 감소 또는 완전한 중단을 수반했다. 게다가 이 연구에서는 자존감 상실에 이어 퇴행이 뒤따랐고, 투사적인 망상적 기제도 나타났다.
물론 이 연구는 우울증이 촉발된 여성에 대해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확인, 그녀의 상실된 자존감의 회복, 그리고 결혼관계 재확립에 초점을 맞춰 성공적으로 이뤄져야만 했다. 특히 주요 우울장애 시점 유병률의 경우 남성이 2-3%인데 비해, 여성은 5-9%였다. 또 평생 유병률 역시 남성 5-12%, 여성 10-25에 달하였다. 이외에도 여러 역학연구에서 우울증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2배 정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에 관련된 화학분비의 기관이 2-3개 더 있다고 알려진 데서도 이해된다. 다른 말로 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남녀 차이는 단극성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양극성 장애에서는 거의 성차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울증은 반드시 다른 증상을 부차적으로 수반한다. 우울증과 편집증이 관련있다는 알렌(Allen)의 연구는 흥미롭다. 그는 우울증과 편집증의 상태가 서로를 대신한다는 관련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편집증 환자의 근저에는 우울증이 자주 발견되고, 다만 편집증 환자의 우울증은 1차적 증상이며, 편집증은 내재해 있는 자살충동을 다루려는 시도가 발견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편집증 환자는 자살충동에 극도로 민감하며, 투사를 통해서만 그 충동을 다룰 수 있을지 모른다.
이는 편집증 환자가 자살충동이 너무 강해져 부정(否定)과 투사의 기제로 다룰 수 없을 때 심각한 자살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울증은 현저하게 낮아진 자존감의 고통을 줄이고 피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편집적 방어가 조증적 방어와 나란히 나타난다는 점을 상정할 수 있다. 편집증 환자는 부정과 투사 기제에 의존하는 반면, 조증 환자는 부정과 활동으로의 도피라는 기제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어려운 점은 병리적인 편집적 정신병과 조울적 정신병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울증에는 나이와 성별의 차이도 드러난다. 우울증에서 남녀 비율 차이는 특히 25-44세 집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65세 이상 집단에서는 감소한다. 주목할 점은 사춘기 이전 소년·소녀들의 우울증 유병률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는 점이다. 이 현상은 청소년들의 특징이라 해야 할 것이다. 자아정체감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심리적으로 외로움과 소외 상태에서 심리적 고통을 겪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청소년기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때임을 의미해, ‘청소년의 우울증’에서 후술한다.
반면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높은 현상은 여러 설명이 제기되고 있다.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여성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좌절을 더 많이 경험하기 때문이라는가 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여성의 대처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반응방식에도 성별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에 따르면 남성은 우울증 상태에서 주의분산적 활동을 하는 반면, 여성은 우울증상에 더 예민하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또 월경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우울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4. 청소년기의 우울증
우울증은 청소년기에 급증하는 편이다.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이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이지만, 사회적으로부터 소외되는 증후군도 자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에게 소외의 문제는 정체성 문제, 특히 개인이 사회·문화적 기반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문제다. 이처럼 청소년의 소외 증후군에는 일단 고독감이 그 중심에 있다. 자신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참여하지 못하며, 자신을 둘러싼 삶과 관심이 주류에 속하지 않다는 느낌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들 소외의 특성은 성격상 타인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이 중심을 이룬다.
이런 소외감이 지속되면 자신이 가진 야망에 적대적이라는 감정과 함께 만성적인 실망상태에 빠질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계속 실망시키며, 자신의 기대와 계획을 좌절시키며, 자신으로 하여금 사회적 요구에 순응하도록 압력을 가한다고 믿는다.
청소년들의 실망감과 만성적 좌절감은 싸늘한 분노 상태를 만들어내, 더욱 고립되고 깊은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이런 경우의 분노는 대개 부정성에서 비롯되고, 더 실망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하는 파괴적인 분출로 폭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청소년은 희망 없음과 무력감이 무한히 계속되는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더욱이 이러한 희망 없음이 상황을 지배할 때 소외는 낙오, 포기처럼 움츠리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은 내적 좌절감을 달래기 위해 술, 마약, 혹은 다른 종류의 도피 형태를 포함한 병리적 행동에 의존한다. 실제 우울증은 발달 시기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달라지며, 어떤 연령에서도 시작될 수 있지만 평균 발병연령은 20대 중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청소년기에 우울증이 가장 많이 발병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우울증은 12세 미만의 아동에서 2% 이하로 매우 낮은 유병률을 나타내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급증한다. 또 아동기에는 남아가 여아보다 유병율이 높지만, 청소년기부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단극성 우울증의 시점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는 흥미롭다. 이 연구에서는 약 3%의 청소년들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들 중 여성 4%, 남성 2%를 나타냈다. 이런 수치는 앞에서 여성 우울증이 남성보다 2배 높다는 데도 일치한다. 이러한 유병율은 1년간 추적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평생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성 27%, 남성 13%의 비율로 약 20%의 청소년들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이러한 비율은 성인과 거의 유사하다. 국내 연구에서도 우울증은 정신과를 찾는 청소년 외래환자 중 불안장애와 정신분열증과 함께 빈도가 높은 장애의 하나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역학조사 결과는 청소년기에 우울증이 급증하며 특히 여자 청소년의 유병율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약 20%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청소년기에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로 할 수 있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처럼 기분 변화가 심하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런 현상은 청소년의 발달시기와 맞물린 점이 중요하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발달 단계로,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과중한 적응과제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급격한 신체 변화에 따라 자신의 외모나 신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더불어 열등감과 수치심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들은 학업에 대한 과도한 부담과 압력을 받으며, 학업성적에 과민해지고 부모나 교사의 질책으로 인한 심리적 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는 대인관계가 급격히 확대되는 시기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런 대인관계는 또다른 문제를 파생시키는데, 교우관계, 이성관계, 교사와의 관계, 가족관계 속에서 여러 좌절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욕구가 강해지므로 부모를 위시한 가족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또 이른바 자아정체감 형성 시기로, 이 정체감 형성 과정에서 여러 혼란을 경험한다. 그 외에도 성욕구와 자위행위에 대한 죄책감, 학교폭력이나 집단적인 괴롭힘 경험, 일탈행동에 대한 부모나 교사의 과도한 질책 등 여러 좌절요인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반복되거나 충격적으로 주어지면 우울증을 나타낼 수 있다.
5. 우울증과 자살
우울증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자살자 80% 이상이 우울증의 상태에서 시도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들이 우울한 상태에서 자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울증과 회복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되는 기간은 자살할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로 간주돼 왔다.
우울증과 관련한 자살의 이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살은 흔히 인간 본성과 존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 그리고 도덕적인 질문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신의학적 질병, 특히 심각한 정신병적 우울증 및 양극성 우울증, 그리고 정신분열증 등은 자살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우울증을 연구한 프로이트의 초기 공식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살을 초자아 모델 측면에서 우울증의 역동과 연관시키는 편이었다. 이와 관련해 비브링은 우울증에 대한 중요한 연구를 통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는 우울증은 무력감과 절망감이 기본적 근저의 역동을 구성하는 자아 상태로 간주한다. 비브링의 견해는 우울증을 단순히 적대감이 자기에게 향한 것으로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가 독립적인 일차 정서라 묘사한다. 이는 임상적 우울증의 병인론은 공격성 변천 과정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력감과 절망감의 역동은 우울적 기제와 자살 행동에 내재한 피해자가 되는 형태의 의식적인 정서적 파생물로서 보여진다. 이러한 견해는 급성 우울증 환자와 자살 환자의 비교를 통해 적대성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와 더 순종적이고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우울증 환자를 명백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자살증후군에서는 무력감과 절망감의 역할이 강조됐으나, 자살 행위와 우울증과의 연관은 절대적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기대하는 인지적 도식이 무력감의 기본적인 특징인 점에서다.
이 학설에서는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생각의 자살 시도는 종종 임상적 우울증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자살로 인한 죽음은 급성 삽화 기간 동안 약 1% 비율로 일어나며, 반복적 우울증을 보이는 환자에서는 평생 15% 정도로 발생한다. 공감적이고 체계적인 면담을 통해 임상가들은 환자의 자살사고 및 충동, 의도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자살 사고를 보이지만, 이들 중 자살 의도를 갖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러면 자살 위험성은 급성 삽화에서 증상이 완화된 후 몇주, 몇달이 지나 유발될 수 있다. 가장 높은 자살 위험은 증상이 향상된 후 6-9개월 동안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에 대한 생각이 증가하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우울증에 걸린 환자 1백명 가운데 한명이 자살로 사망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울증은 생명을 잃게 하는 치명적인 심리장애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특히 충동성이 강한 청소년은 우울증 상태에서 자살을 하는 경향이 높다. 자살은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률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된다. 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약 20%가 자살충동을 느꼈으며, 이들 중 약 9%는 자살을 기도한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다.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하는 주요한 이유는 학교성적 비관과 가족과의 불화나 갈등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외에도 우울증의 재발문제는 중요하다. 실제로 우울증은 재발할 수 있다. 한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반복적으로 경험할수록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한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 중에서 약 50-60%는 두번째 우울증을 경험한다. 두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이 세번째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은 70%, 세번째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이 네번째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은 90%에 이른다. 가족 중에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5-3배 정도로 발병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울증의 발병률은 인종, 교육, 수입, 결혼 상태와는 관련이 없다.
6. 결론: 소중한 사람 잃었을 때 생기는 슬픔과는 달라
지금까지 우울증의 발생과 역학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우울증의 발병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어떤 계층에서 잘 유발될 수 있는지 고찰한 것이다. 우울증 유발은 특별한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겪는 사람들 누구나 쉽게 유발될 수 있는 특징을 갖는 점에서 정신장애 중 가장 흔하게 발생되는 점이 중요했다. 그러니까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슬픔, 절망, 비관, 자기비하, 자기비난, 식욕감퇴, 수면장애, 불면증과 일상생활의 보람과 흥미의 감소 또는 상실되고, 열정이나 활력이 감소되며 사고와 행동이 느려지는 등의 증상을 경험한다는 것이 대체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울증은 소중한 사람이나 물건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슬픔이나 비통과는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 불행을 초래한 사건이 있을 경우, 우울한 기분이 그 사건에 걸맞지 않게 심하거나 오래 계속된다면 우울증으로 간주된다. 이런 우울증이 조증(mania)과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를 조울증(躁鬱症)이라 한다. 우울증은 맥이 빠지는 현상이지만 개인 정서와 관련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이 특이했다. 이런 점에서 우울증은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며, 히포크라테스가 울증(melancholia)이라는 이름으로 증상을 기술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물론 우울증상이 나타나는 형태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데 일시적이거나 항구적인 경우, 가볍거나 심한 경우, 급성적이거나 만성적인 경우 등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발생의 빈도는 뇌의 문제로 보는가, 아니면 심리적 문제로 보는가, 그리고 여성에게서 자주 일어나는 것과 특히 자아정체감이 약한 청소년에게서 흔하게 발생되는 점은 역학에서 중요한 점으로 꼽아야 한다. 또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욱 흔하며, 발생빈도는 남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점차 늘어나며, 여성의 경우 35-45세 사이가 가장 높다. 우울증이 여성에게 더 유발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갱년기와 관련되는 점은 기술되지 않았다. 이는 점은 우울증 유형과 관련해 후술할 것이다.
확실히 우울증은 여러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부모를 잃는 것과 같은 어린 시절의 상처나 고난은 나이가 든 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일상생활의 여러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강력한 원인이지만, 사회심리학적 원인과 생화학적 원인 또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자세히 기술하지 않았지만 유력한 생화학적 원인으로 대뇌에서 생성되는 모노아민(monoamines) 가운데 특히 노르에피네프린이나 세로토닌 분비과정의 결함을 들 수 있다. 이 화학물질들의 양 또는 활성도가 낮아 우울한 기분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생각되는 점에서다. 이런 것들은 후술할 우울증의 원인이나 그 유형 그리고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다양한 원인들에서 상세히 다뤄질 것이다. 여기서는 지면의 한계로 우울증의 발생이나 역학으로만 제한해서 기술했다.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250481)